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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사진

홍합짬뽕집에서 / 안광승

by 안광승 2011. 9. 1.

 

 

홍합짬뽕집에서 / 안광승

 

 

 

매월 1일은 모임이 없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저녁먹고  내일 인천으로 볼일을 보러 갈 준비나

하려고 퇴근준비를 하는데  문자 한통이 들어온다.

집식구에게서 "저녁식사하고 들어오세요..ㅎ" 라는 문자였다.

분명 반찬이 마땅치 않거나 바쁜일로 저녁식사 준비를 못했거나이다.

 

그냥 집에 들어가서 라면이나 끓여먹을까 하다가...

저번에 먹어 본 홍합짬뽕이 눈앞을 스쳐지나가며 라면은 머리속에서 멀어진다.

 

전자상가근처인 그 짬뽕집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구석진 곳에 앉아 짬뽕을 기다리는데 오랫동안 기다려도 내차례가 오질않는다.

 

기다리다가 눈이 간곳은 현관앞에서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는 깡마른 할아버지

한테 멈췄지만 일반적인 걸인이겠거니 하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런데 조금있다가 그 할아버지가 들어오셔서 저만치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불안한듯 두리번거리며 좌우를 살피는데  종업원아가씨

가 반갑지 않은듯 그 식당에서 제일 싼 짜장면 한그릇을 툭 내려놓고 가버린다.

나에게도 이윽고 맛있는 홍합짬뽕이 내려졌고 이어서 나는 정신없이 먹고있는

도 모게 그 할아버지의 식사모습에 눈이 갔다.

 

그 할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그 즐거운 식사시간을 오랫동안 만끽하려는듯이

짜장면을 천히 아주 천천히 드시고 계셨다.

이제  세상을 살면 얼마나 사시겠나 그렇지만 사는날 까지는 살기 위해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신듯  오랫동안 맛을 음미하시며 한올 한올 빨아드

는 모습이 어찌나 초라해 보이고 측은하던지 순간 난 얼굴도 모르는 내 아버지

가 생각이나며 울컥 뜨거운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다행이 땀을 흘리며 먹고 있었기에 물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지만 나의 아버지를

느끼게하는 큰아버지 모습과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지며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받치는 서러움에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울고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의 양심과 믿음은  거기까지가 전부였던 것이었다.

 

 

 나는 카운터에 다가가서 "얼마요?" 하고 물으니 6천원이란다.

"저 할아버지는요?" 하니까 4천원이란다.

"같이 계산하세요" 하고 그 식당을 나섰다.

 

 

나는 생각해 본다.

내가 잘한 것일까...?

이건 아닌 것 같다.

다음에 그 할아버지 또 만나면 집으로 모셔와 따뜻한 식사라도 대접 해야한다.

 

 

                                       글씀...안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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