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구두닦기 / 안광승
주말 아침 출근길은 전날 밤 내린 이슬비로 인해 더욱 쌀쌀했다.
현관문 앞에서 구두를 꺼내 신고보니 어젯밤 내린 비 때문에 더렵혀진 구두는
평소 내가 추구했던 출근길 옷차림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전자상가로 출근하여 차에서 내리자마자 상가옆에 있는 구두닦기코너에 들려
구두를 벗어 맡겨놓고 슬리퍼로 바꿔신고 들어갔다.
구두닦기코너는 내가 상가 번영회장으로 재직 할 당시에 장애인들을 돕기위해
내가 만들어준 가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상가 번영회에 일정금액으로 계약을 맺
고 어느 벙어리아저씨가 그런대로 큰 컨테이너박스로 바꾸어 운영을 한다.
나는 한번도 구두를 그냥 닦은적이 없지만 남들은 전임회장인 내 구두는 공짜
로 닦는 것으로 잘못 알고있다.
요즘 구두를 한번 닦는데 삼천원이며 그돈은 별거아닌 것 같지만 자주 닦다보
면 적지않은 돈이고 집에서 내가 마음먹고 잘 닦으면 그곳에서 닦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런대로 잘 닦을수 있기에 왠만하면 내가 집에서 자주 닦는다.
그 구두코너는 한 여름이나 장마철에는 거의 손님이 없으며 봄 가을로 수입이
좀 괜찮지만 전자상가가 불경기에는 이곳 역시 불경기이다.
지금 운영을 하는 중년의 벙어리아저씨도 가정이 있을테고 식구들을 먹여살려
야하는 가장일텐데 몸은 벙어리이고 수입은 적어서 그런지 늘 떳떳하지못하고
쓸쓸하게 보이며 항상 가엾어보인다.
사실 오늘이 토요일이라 오후에 결혼식도 가야하고 내일은 교회에 신고가려면
평소보다 좀더 깔끔하게 닦으려고 나도 오늘 큰(?)돈을 쓴 것이었다.
한시간쯤 지난후 벙어리아저씨가 잘 닦은 내 구두를 가지고 우리가게로 왔다.
내가 옆에 있는 김사장에게 " 김사장 구두도 나처럼 한번 닦어 봐" 하니까
김사장도 " 마침 닦으려고 했는데" 하면서 기분좋게 구두를 내어준다.
벙어리아저씨가 얼른 받으면서 나를 쳐다보면서 고맙다고 하는 눈인사를 한다.
말은 못하지만 그 눈빛은 영롱하고 진실했다.
또 그의 눈빛은 " 구두 좀 자주 닦으세요 그래야 우리가족들 이번 겨울 잘 지날
수 있어요"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도 마음 속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돈 많이 벌어서 많이 도와드릴께요" 라고...
글씀...안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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