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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사진

내 구두닦기 / 안광승

by 안광승 2011. 10. 2.

 

 

 

 

  내 구두닦기 / 안광승

 

 

주말 아침 출근길은 전날 밤 내린 이슬비로 인해 더욱 쌀쌀했다.

현관문 앞에서 구두를 꺼내 신고보니 어젯밤 내린 비 때문에 더렵혀진 구두는

평소 내가 추구했던 출근길 옷차림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전자상가로 출근하여 차에서 내리자마자 상가옆에 있는 구두닦기코너에 들려

구두를 벗어 맡겨놓고 슬리퍼로 바꿔신고 들어갔다.

 

 

 

구두닦기코너는 내가 상가 번영회장으로 재직 할 당시에 장애인들을 돕기위

내가 만들어준 가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상가 번영회에 일정금액으로 계약을 맺

고 어느 벙어리아저씨가 그런대로 큰 컨테이너박스로 바꾸어 운영을 한다. 

 

나는 한번도 구두를 그냥 닦은적이 없지만 남들은 전임회장인 내 구두는 공짜

닦는 것으잘못 알고있다.

요즘 구두를 한번 닦는데 삼천원이며 그돈은 별거아닌 것 같지만 자주 닦다보

적지않은 돈이고 집에서 내가 마음먹고 잘 닦으면 그곳에서 닦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런대로 잘 닦을수 있기에 왠만하면 내가 집에서 자주 닦는다.

 

 

 

그 구두코너는 한 여름이나 장마철에는 거의 손님이 없으며  봄 가을로 수입이

좀 괜찮지만 전자상가가 불경기에는 이곳 역시 불경기이다.

지금 운영을 하는 중년의 벙어리아저씨도 가정이 있을테고 식구들을 먹여살려

야하는 가장일텐데 몸은 벙어리이고 수입은 적어서 그런지 늘 떳떳하지못하고

쓸쓸하게 이며 항상 가엾어보인다.  

사실 오늘이 토요일이라 오후에 결혼식도 가야하고 내일은 교회에 신고가려면

평소보다 좀더 깔끔하게 닦으려고 나도 오늘 큰(?)돈을 쓴 것이었다.

 

 

한시간쯤 지난후 벙어리아저씨가 잘 닦은 내 구두를 가지고 우리가게로 왔다.

내가 옆에 있는 김사장에게 " 김사장 구두도 나처럼 한번 닦어 봐" 하니까

김사장도 " 마침 닦으려고 했는데" 하면서 기분좋게 구두를 내어준다.

벙어리아저씨가 얼른 받으면서 나를 쳐다보면서 고맙다고 하는 눈인사를 한다.

은 못하지만 그 눈빛은 영롱하고 진실했다.

 

또 그의 눈빛은 " 구두 좀 자주 닦으세요 그래야 우리가족들 이번 겨울 잘 지날

있어요"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도 마음 속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돈 많이 벌어서 많이 도와드릴께요" 라고... 

 

                                              글씀...안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