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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첫경기 성공

by 안광승 2014. 10. 10.

지난달 29일, 슈틸리케 감독은 10월 A매치 2연전에 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는 “어떤 감독이든 새롭게 부임하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점에서 출발해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라면서 “난 선입견이 없다. 기존에 대표팀에

있던 선수든 새로운 인물이든 기회는 마찬가지다. 누구나 한국축구를 바꿀 수 있다”는 말로 기회의 문이

열려있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 ‘형식적 쇄신’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데뷔전부터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그냥 ‘뉴 페이스’를 가동한 실험은 아니었다.

외려 파라과이라는 상대 분석에 대한 맞춤형 처방전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내용이 나왔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0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슈틸리케의 데뷔전으로 관심이 모였는데, 기대 이상의 내용과 결과를 가져온 최상의

시나리오로 끝났다.

10일 오후 충청남도 천안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파라과이의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4.10.10/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파격적인 기용’은 결과적으로 기막힌 처방전이 됐다. 파라과이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전체적으로 의외의

카드를 기용했다.

특히 원톱 조영철을 중심으로 김민우-남태희-이청용으로 이어지는 전방 라인업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이청용을 제외하고는 이전까지 주축이라 말하기 힘든 선수들이었고 어떤 형태로 배치될 것인지도 궁금했던

조합이다.

하지만 슈틸리케의 과거 발언과 파라과이전에 들고 나온 전술을 보면 ‘준비된 파격’으로 해석할 수 있었던

조치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와 코스타리카로 이어지는 2연전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새 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은 ‘타고난 것’이다. 이를테면, 유럽 선수들에 비해 아시아 선수들은

체구가 작고 근육양도 부족하다. 하지만 활동 범위가 넓고 빠르다”면서 “이런 아시아 선수들의 특징을 잘

파악한 뒤에 팀을 운영할 생각”이라는 방침을 드러냈다. 자신을 먼저 알아야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철학이었다.

그리고 파라과이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많이 뛰고 빠르게 뛰는 체구 작은 한국 선수들’을 십분 활용해

파라과이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우리가 지닌 강점을 상대의 약점에 대입해 전술을 짤 것이다.

상대의 문제점을 파악해 다양한 대응책을 들고 나갈 것”이라던 의욕은 아주 편안하게 현실이 됐다.

전반부터 한국의 공격수들은 부지런히 빠르게 뛰면서 파라과이의 장신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재기 넘치던 연계 플레이는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공식은 ‘많이 뛰는 빠른 발 아래로

낮은 크로스’ 쯤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전반 26분 만에 선제골이 나왔다. 오른쪽에서 이청용이 시도한 낮은 크로스를 중앙에서 남태희가

 흘려줬고 반대편에서 어렵사리 공을 멈춰 세운 김민우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슈팅 자체는 빗맞았으나 과정이 좋았다. 진짜 작품은 두 번째 골이었다.

첫 골이 터진 뒤 불과 5분 뒤인 후반 31분에 추가 골이 터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청용이 수비를

벗겨낸 뒤 오버래핑해 올라간 이용에게 가볍게 공을 내준 것이 시작이었다. 이용이 마크맨 없이

편안한 자세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를 중앙에서 남태희가 가볍게 밀어 넣으면서

멋진 합작품을 완성했다.

두 번의 골 장면을 포함해 이날 한국의 크로스는 모조리 낮게 깔렸다.

작은 공격수들이 포진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제공권을 노리지 않았다.

대신 약속된 움직임 속에서 빠르고 낮은 패스워크로 상대 벽을 허물어뜨리는 전술을 택했다.

후반 들어 이동국과 손흥민이 들어오면서 어느 정도 패턴이 달라지기는 했으나 ‘낮고 빠르게’라는

기본 골격은 대동소이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슈틸리케는 “결국 좋은 팀이란 자기 자신들을 잘 아는 팀이다. 자신들이 가진 것을 잘 알아야 힘을

 폭발시킬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전했었다. 약속을 지켰다.

단점이자 동시에 장점이었던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감안한 첫 처방전이 데뷔전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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