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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구 사 랑

한국 축구의 고질병

by 안광승 2007. 9. 11.


 

 

2007년, 많은 축구팬과 국민의 시선을 모았던 세 개의 커다란 국제 대회가 모두 끝났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시작된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을 시작으로, 7월엔 A 축구대표팀이 참가한 아시안컵이 동남아시아 4개 국서 열렸고, 8월 개막된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은 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 세 개의 국제 대회에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각 연령별 대표팀이 모두 참가했었다.

모든 대회가 막을 내린 지금 돌아보면 캐나다에서 열렸던 20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가장 선전했고, A 축구대표팀과 17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표팀은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세 개 대회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던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로 공격에서의 한계였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를 따라다니던 것은 바로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이었다. 그림자보다 더 바짝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던 이 두 가지 한국 축구의 약점은 올해 치른 대회들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하지만, 이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은 한국 축구의 고질병이라고 얘기하기엔 조금 곤란한 면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한 경기에서 두 골 이상을 먹거나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면, 위와 같은 얘기들이 따라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기 때문에 듣는 얘기가 아니라, 축구를 하는 모든 팀들이 언제까지라도 들어야 하는 얘기라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가 이번 국제 대회에서 보여준 공격과 수비는 정말 허약했다. A 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치른 6경기에서 3골 3실점을 기록했다. 세 골은 모두 조별 라운드에서 기록한 골이다. 8강 이후 토너먼트에서는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시아권에서 치러지는 대회 조별 라운드에서 세 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니다. 예선에서 허용한 세 골의 실점도 불만스러운 기록이다.

가장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았던 20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표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 경기에서 네 골을 기록하며 각급 대표팀 기록 가운데 최고의 모습을 보였지만 실점 또한 많았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세 골을 실점한 것을 비롯해 모두 다섯 골을 잃었다. 물론 브라질 미국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한 조에 편성되긴 했었지만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기록이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감동스러운 추격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미국이나 폴란드와의 경기에서는 분명 이길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기도 했었다.


 

17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표팀은 좀 더 실망스럽다. 득점은 조별 라운드 마지막 상대였던 토고전에서 두 골을 기록했고, 앞서 치른 두 경기에서는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실점도 넉 점이나 됐다. 결국,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대회 4강의 꿈을 조별 라운드를 끝으로 포기해야 했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고질병 '슈팅 타이밍'

이렇게 다른 세 개의 국제 대회를 모두 지켜보면서 한국 축구의 현실로 떠오른 문제는 같은 것이었다. 바로 공격이다. 이는 공격에서의 전개 능력이 될 수도 있고 마무리 능력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창의적이라는 부분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조금의 비약을 더하면, 축구에서 공격이라는 것에 대한 거의 모든 문제점을 나타냈다는 평가도 그리 인색하지는 않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빠른 해결이 필요한 부분은 역시 슈팅 능력이다. 축구를 하는 모든 이유의 최종 목표는 골이다. 그리고 슈팅은 이 모든 목표의 완성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서의 행위다. 축구에서 가장 기본인 동시에 가장 기술적이고 고급화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각급 대표팀이 보여준 한국 축구에서의 '슈팅'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 슈팅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언급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슈팅의 타이밍이다.

 

세 차례의 국제 대회에서 한국 축구의 공격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과 측면의 효과적인 비율 조정도 실패했고, 상대의 약점을 찾아 파고드는 능력도 부족했다. 그리고 전방 공격수들의 조화도 부족했고,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에도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거의 모든 대회에서 한국 축구의 공격이 지지부진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슈팅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 이후에 가져가야 할 슈팅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모습은 모든 연령대를 불문하고 다르지 않게 나타난 것이었다. 슈팅 타이밍에서 항상 망설이거나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해 상대 수비에 걸리는 모습은, 올 여름 펼쳐졌던 각급 축구대표팀의 경기에서 보았던 가장 빈번한 장면이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슈팅 타이밍을 찾지 못하면서 좋은 슈팅 기회를 무산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슈팅의 질도 나빠지고 횟수도 줄어들어 결국 빈곤한 골 결정력을 양산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라운드의 컨디션과 상대의 방어 형태와 능력, 그리고 나와 공의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여 효과적인 슈팅으로 연결하는 그 기본적인 일이 최근 각 연령별 한국 축구대표팀에게는 특히 더 어려운 일이 되었었다.

경기 중에서 슈팅의 타이밍을 제대로 잡아 득점을 성공시키는 일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축구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기술이다. 어렵지만 기본이 되어야 할 것, 바로 슈팅의 타이밍을 잘 잡아 나가는 것이다.

 

이런 슈팅 타이밍의 부족함은 특별한 지도나 교육 자료가 있는 슈팅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해결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한다. 그리고 한두 번의 경기나 연습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더 좋은 경기를 위해서 반드시 습득해야 할 중요한 기술임에는 분명하다.

최근 치러진 세 개의 국제 대회에서 발견한 한국 축구의 새로운 고질병. 이 슈팅 타이밍에 대한 많은 고찰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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