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안 광 승 카 페
약간 재밌는거

동자승 큰스님

by 안광승 2009. 1. 8.

 

 

 

* 동자승 큰스님

 

물 맑고 산 빛 고운 어느 산사에 법력 높은 스님이 있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스님들도 깍듯하게 예를 갖춰 정례를 올릴 정도로 덕망 놓고 학식이

뛰어난 고승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사찰에서 함께 생활하는 일곱 살배기

동자승만은 노스님을 편하게 대했습니다.

 

“스님~”

마치 친할아버지한테 하듯 등이 가렵다고 긁어 달라고 하고, 비 오는 날에는 뱃놀이를

한답시고 노스님의 고무신을 빗물에 빠뜨리기 일쑤였습니다.  다른 스님들은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동자승을  수시로 꾸짖었습니다.

그러나 노스님만은 동자승을 큰스님이라고 부르면서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큰스님,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그럼요. 할아버지 스님도 잘 주무셨습니까?”

아침저녁으로 예의 바르게 문안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출타할 때도 반드시 어린

동자승에게 인사를 올리고 사찰을 나섰습니다.

“큰스님, 아랫마을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샘도 나고 동자승의 철없는 행동이 얄밉기도 했던 젊은 스님들은 동자승을 혼내 주려고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동자승이 불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만들어서  노스님의

눈 밖에 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스님들은  먹을 것을  이용해   동자승을  골탕

먹이기로 했습니다. 마을에서 사온 닭 요리로 뒤뜰에서 놀고 있는 동자승을 유혹했습니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닭 요리를 보자 동자승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우와 닭이다. 맛있겠다. 히히히.”

누가 볼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동자승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음식에 손을 댔습니다.

젊은 스님들은 이때다 싶어  부리나케  법당으로  달려가  노스님께 고 자질을  했습니다.

 

“노스님, 지금 동자승이 뒤뜰에 숨어서 몰래 닭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어서 가서 따끔하게

혼내 주십시오.” 노스님을 모시고 뒤뜰로 가면서, 스님들은 이참에 동자승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스님들의  얘기와  달리 동자승은  음식엔

손도 대지 않은 채 뒤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노스님은 동자승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큰스님, 닭고기를 드시고 싶지 않으셨나요?”

“먹고 싶긴 했지만 불법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꾹 참았습니다.”

“보는 사람도 없었을 텐데 그냥 몰래 한 점 드시지 왜 참으셨어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제가  보고  있었거든요.”

동자승의 말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젊은 스님들에게 노스님이 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선사님들, 제가 왜 동자승을 큰스님이라고 부르는지 이젠 아시겠지요?”

자신들의 어리석은 마음을 감추려는 듯 젊은 스님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동자승의 마음이야말로 중생의 헛된 생각을 바로 잡아주는

참된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6권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