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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듀어든] 축협이 저지른 10가지 실수

by 안광승 2007. 12. 11.
[듀어든] 축협이 저지른 10가지 실수
[2007-12-10 08:34:59] 
지난 네 달 동안 나왔던 소문들, 뿌려진 돈, 담당자의 해외 출장, 유명 감독에 대한 약속들……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 우리에게 들려온 소식은, 소속팀을 2007 K리그 10위로 이끈 인물이 대표팀 감독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지난 한 주는 한국 축구에게 무척 좋지 않은 시간이었고, 대한축구협회는 수 많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1. 잉글랜드를 따라 가는 축협?

2006년 잉글랜드는 스콜라리를 영입하려다 당황스런 일들을 경험해야 했다. 영국 언론은 이에 대해 밝혀냈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시 스콜라리는 이미 다른 직장을 갖고 있었고, 맥카시와 마찬가지로 거절하는 것 외에는 다른 옵션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스콜라리는 잉글랜드의 영입설을 자신의 계약을 강화하는 데 이용했다. 맥카시 또한 그러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잉글랜드는 국내 감독으로 방향을 돌렸고, 한국 역시 국내파로 결정을 봤다.

이후 잉글랜드는 중간 이하의 리그 성적을 보였지만, 컵대회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던 지도자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맥클라렌과 허정무 감독 모두 대표팀의 코칭 스태프로 일했다는 점 역시 닮아있다.

맥클라렌 선임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잉글랜드는 유로 2008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 정몽준 회장의 존재

정 회장은 한국 축구를 위해 여러 가지 좋은 일은 많이 했다. 그러나 그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는 정치인인가? 기업인인가? 아니면 축구인인가? 한국 축구를 이끄는 수장은 전적으로 이 일에 매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몽준 회장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지난 몇 년간을 한국에서 살아왔지만 내 눈에는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3. 너무 길었던 시간 끌기

베어벡이 사임한 것이 지난 7월 29일이었다. 그리고 4달 여가 지난 12월 7일 허정무 감독이 선임됐다. 협회는 맥카시와의 일이 틀어진 다음날 허 감독과의 거래를 이끌어냈다. 새 감독을 하루에도 찾을 수도 있다면, 지난 4개월 동안 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4개월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물론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것은 국내파 감독을 찾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협회의 느린 행보는 맥카시가 거절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월드컵 예선이 코 앞에 다가오게 만들었다. 맥카시가 ‘노’라고 말한 것이 2달 전만 됐어도, 이와 같은 문제를 맞지 않을 수 있었다. 좀 더 서둘렀다면 누군가에게 거절을 당했어도 이처럼 당황하거나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4. 현직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접근

훌륭한 감독들의 대부분은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영입 가능한 무직 상태의 지도자도 여러 명이 존재한다.
자크 상티니 감독도 공식적인 후보의 하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영입 가능한 상태였고 한국 대표팀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상티니가 프랑스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협상은 없었다.
트루시에 역시 새 직장을 찾고 있었고, 찾아보면 정말 여러 가지 옵션들이 존재했다. 반면 현직에 있는 사람을 빼오는 것은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시도의 결과가 3번에서 언급한 일로 이어진 것이다.

5. 영입 작업의 공개

협회는 지난 주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기자들에게 ‘오프 더 레코드’의 정보들이 오고 가기도 했지만, 그다지 심각한 수준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은 정말 멍청한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이 커다란 실수가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정몽준 회장은 기자들과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한 정 회장은 감독 선임 작업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새롭게 친구가 된 이명박이 아닌 가삼현 총장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어야 했다.
지나간 일이지만, 정 회장의 그러한 언급이 없었더라면 맥카시 역시 어려운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울버햄튼 구단에게 ‘난 떠나겠소!’라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협회가 좀더 똑똑하게 처신했더라면 맥카시는 한국의 새 감독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맥카시가 한국을 맡은 적임자가 아니라고 본다)

6. 불법적 접근?

울버햄튼 구단은 맥카시와 대한축구협회의 협상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울브즈 측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한축구협회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맥카시에게 접근한 것이 된다. 물론 맥카시가 ‘재임 중에도 어떤 협상이든 가능하다’라는 이상한 조항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구단/국가와 협상하기 위해서는 구단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한국 축구에서는 이러한 일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BBC 라디오는 이에 대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영국 사람들은 이것이 ‘한국적 비즈니스’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7. 난데 없는 서두름

울리에와 맥카시가 거절 의사를 밝힌 뒤, 그렇게 서둘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협회는 오히려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을 돌아보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누군가를 하루 만에 선임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협회가 내린 결정은 공포심으로부터 나온 것처럼 보인다. 협회는 한국 축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전체적인 모습을 고려하며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누군가를 하루 만에 선임하기보다는 진짜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를 고심했어야 했다. 협회는 한국 축구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생각했을까? 이 결정은 명확한 전략과 계획으로부터 나온 것인가? 솔직히 말해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 더 기다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잉글랜드는 2002월드컵 예선 중에 감독을 두 번이나 교체했지만 무사히 월드컵에 나갔다!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정 필요할 경우 1~2 경기 정도는 임시 감독으로 가는 방법도 있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할 정식 감독을 찾는 것은 우선 순위가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한국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8. 외국인 혹은 내국인?

1주일 전만 해도 협회는 한국 대표팀에는 외국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 목요일 오전이 되자 태도가 돌변해서 내국인 감독도 괜찮다고 말했다. 2명의 외국인에게 받은 ‘노~’라는 대답이 외국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포기하게 만든 것인가?

9. 전남의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긴 점

시간이 흐르며 선택은 울리에로부터 허정무까지 이어졌다. 만약 내국인 감독이 선임되어야만 했다면, 영입 가능한 최고의 옵션을 골랐어야만 했다. 허정무 감독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허 감독이 전남에서 보여준 모습은 대표팀 감독의 최고 후보가 될 만큼 성공적인 것이 아니었다. 대표팀 감독 선임에 있어 FA컵의 결과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저조한 득점력과 함께 거둔 정규 리그 10위의 성적. 이것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 후보가 올렸어야 하는 성적일까? 지난 몇 년간 전남의 경기를 보며 ‘대표팀도 이렇게 플레이 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내가 전남의 플레이에서 놓친 부분이 많았나 보다.

10. 국제적인 망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잉글랜드에서는 대한축구협회의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가디언이 이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자, 이는 영국 주요 언론의 큰 뉴스거리가 됐다. 이 해프닝은 한국의 전반적인 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출처 : [듀어든] 축협이 저지른 10가지 실수
글쓴이 : 만세S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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