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안 광 승 카 페
축 구 사 랑

[스크랩] 그들은 왜 죽기살기로 뛰고 있을까?

by 안광승 2007. 11. 10.
그들은 왜 죽기살기로 뛰고 있을까?

[[오마이뉴스 이성필 기자]

▲ 연습생 신화를 쓰기위해...

김호 감독의 마지막 눈에 선택된 연습생들(녹색 형광조끼를 입은 쪽).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이성필

" (최)근식이. 그런 골은 리그 때 넣어야지 와 연습경기 때 보여주노. 에라이~ "

백발의 노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2006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최근식을 향해 소리치며 실수 때마다 큰 목소리로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때로는 지적에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노 감독의 유머러스한 지적이 선수에게는 뼈아픈 일이지만 같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식은 올 시즌 부상과 주전경쟁에서 밀려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했다. 내년 시즌을 기약하는 그이기에 감독의 지적은 그야말로 설탕같은 달콤함일지 모른다.

6일 오후 3시 대전 월드컵보조경기장. 6강 플레이오프에 극적으로 진출한 뒤 울산 현대에 0-2로 패하며 시즌을 종료한 대전 시티즌 선수들이 마무리 훈련 겸 연습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대전은 오는 15일부터 베트남 빈둥성에서 열리는 'BTV 국제축구 토너먼트 컵 2007'에 참가한다. 올해로 5회째 개최되는 대회로 베트남 프로 4개 팀과 브라질, 싱가포르, 호주의 프로팀 포함 총 8개 팀이 2개조로 나뉘어 우승컵을 다툰다.

주로 내셔널리그팀(K리그 아래 단계 리그)들이 참여했던 이 대회는 지난해 부산교통공사가 우승을 차지한 전력이 있다. 시즌 종료 후 '몸 풀러' 가는 대회라지만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법. 올 시즌 활약했던 대부분의 주전이 참가한다.

열세 명의 연습생 비지땀을 흘리다

▲ 김호 감독

연습생들의 경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호 감독.

ⓒ 이성필

이런 목적을 가지고 경기에 나선 대전 선수들과 달리 상대편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서서히 몸이 풀려가자 대전 선수들에게 가하는 몸싸움은 기본이고 부상이 염려되는 동작까지 속출했다. 여기저기서 '아이고'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상대편이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대전에 입단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일명 '연습생'들이다.

대전은 그동안 여러 대학과 연습 경기를 치러서 골라낸 선수들과 고등학생, 내셔널리그 출신, 해외 유학파 등 총 13명의 선수가 김호 감독의 마지막 눈에 들었다. '젊은 피'로 팀을 쇄신하겠다던 노 감독의 분위기가 묻어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이들 대부분이 드래프트에 신청을 하지만 라운드 내에 선택받을 확률은 극소수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는 신청자 236명 가운데 87명이 K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확률로 따지면 37%가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절반도 못 되는 확률은 이들의 절박함을 더욱 조인다.

가난한 시민구단의 재정형편상 많이 선발할 수 없는 것도 이들의 머릿속을 아프게 한다. 게다가 대부분 번외지명으로 선발될 확률이 높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드래프트 입단 선수의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연봉은 1라운드 지명 5천만 원, 2라운드 4400만 원, 3라운드 3800만 원, 4라운드 3200만 원, 5라운드 2600만 원, 6라운드 이후 2천만 원 등으로 차등 지급된다. 번외 지명선수는 계약기간 1년에 연봉 1200만 원이다. 이를 거부하면 향후 5년간 K리그 '출입금지'다.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 전남 드래곤즈 같이 클럽 시스템을 구축한 구단에서 할 수 있는 우선 지명선수의 경우, 계약 기간이 1년이면 1200만 원, 3년이면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 범위 내에서 연봉이 결정된다.

김호 감독 " 여기저기서 부탁으로 몸살 앓고 있다 "

예년과 달리 올 시즌 드래프트는 한 달 가량 일찍 열린다(오는 15일 개최). 선수를 미처 살펴 볼 시간이 없어 시즌 종료 뒤 짬을 내 수원에서 열린 대학 축구선수권 대회를 통해 인재를 살피기도 했다.

김호 감독은 " 선수가 없다. 어떻게 몇 경기만 보고 판단하냐 " 고 한 뒤 " 여기저기서 자기 선수가 쓸만하다는 부탁과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 고 요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대학선수권대회에서 수많은 프로구단 감독과 스카우터들이 출현한 점은 비단 대전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들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확률이 높다. 한 대학 감독은 " 한 명이라도 프로에 보내고 싶은 게 감독으로 해야 할 일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 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평소 김 감독은 " 부자구단에서 못 쓰는 선수를 우리가 사용하면 충분히 돈 절약할 수 있다 " 며 드래프트의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연습 경기에서 잘 봐놓고 다른 구단에 지명되면 모두가 헛수고로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열세 명의 선수들은 대전의 선택 혹은 다른 구단의 간택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아무런 선택이 없다면 1년을 더 쉬거나 다른 곳으로의 진출을 알아봐야 한다. 과연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내년에 이들은 어떤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

출처 : 그들은 왜 죽기살기로 뛰고 있을까?
글쓴이 : ljsning=shunske 원글보기
메모 :

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