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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구

정몽준회장이 떠나며 해야할일

by 안광승 2008. 11. 8.

 

 

 

 무한도전’ 없는 토요일 저녁, 쌈장 없는 삼겹살, 경제 소식이 없는 9시 뉴스를 상상할 수 없듯이, 정몽준 회장이 없는 대한축구협회를 상상하는 것도 쉬운 일은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yes’다.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정 회장은 그 자리에 오랜 시간 동안 있었고, 이제 선수들이 회장님과 악수를 나누지 않는 대표팀 경기는 뭔가가 빠진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다.

정 회장은 한국 축구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이다. 월드컵을 유치한 그의

에너지는 인상적이었고, 그로 인해 ‘Dr.Chung’은 세계 축구계에서도 유명한 이름이 됐다.

얼마 전 고 정주영 회장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나니 정몽준 회장의

 에너지와 근면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 가족이 오전 6시에 아침

식사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습관이 틀림없다. (나도 이런 습관을 갖고 있긴

하지만, 나의 사무실은 침실 바로 옆에 위치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고 정주영 회장은 늘 새로운 것을 찾으려 했던 기업가였다. 이는 과거의 ‘현대

정신’이기도 했다. ‘차를 수리하고, 차를 만들자.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배를 만들자. 이 일들을 다 했으면 컴퓨터와 반도체로 눈을 돌리자!’

비즈니스맨이 아닌 나도 그와 같은 정신이 오랜 기간 동안 현대그룹을 이끌어

주었음을 알고 있다. 그렇게해서 현대는 세계에서도 가장큰 기업중 하나가 됐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 그룹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이 많은 정몽준 회장은 비즈니스맨, 정치인, 행정가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역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만을 생각하면,

협회의 수장은 풀타임 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실 정 회장은2002년 월드컵 이후에 물러났어야 했다. 실제로도 그는 그렇게

하려고 했었다. 우리는 정 회장의 대선 출마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정 회장의 대선 출마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청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 다른     직업을 택하려다 실패했다면, 한국 축구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옳았다. 축구 협회는 과거나 현재나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어떤 리더? 100%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책임자말이다.

정 회장이 올해 말 회장 직에서 내려오면 한국 축구의 새 시대가 열릴 지도 모른다. (꼭 그렇게 되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관한 2가지 시나리오를

생각  할 수 있다.

첫 째는 정 회장 스스로 후임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여전히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으며, 그 힘은 우리가 잘 모르는 무대 뒤에서도 큰 영향력 발휘 다.     

축구협회의 핵심 인사들이 현대 그룹의 멤버라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정 회장과 몇몇 주요 인사들은 이런 시스템을 좋아하는 듯하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공정하며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하는 것이다.

협회 내에도 이와 같은 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것 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물론 공정한 투표가 최고의 방법임은 틀림없다. 이에 대한 토론조차도 필요

없을   정도다. 매우 예절 바르게 표현하자면, 대한축구협회 수장으로서 정 회장의 행보는 ‘복잡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 회장의 정치적 파워와

기업 활동이 축협을 도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러한 시간은 지났다고

생각하며, 지나가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공정한 투표를 실시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미래로 가는 첫 번째 발걸음임과 동시에, 좋은 출발을 약속

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정 회장이 축구협회에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협회를 정치의 영향력과 개입에서 완전히 분리시키고, 오직 축구에만 집중하는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숙제가 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함은 틀림이 없다.

이게 바로 정 회장이 해야 할 일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몽준 혹은 현대의 왕국

이 아니며, 그들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도 없다. 대한축구협회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조직이 한 개인의 강한 권력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축구협회도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에 대한 몇 가지 계획들이 있는데, 차차 여러분과 그 아이디어

들을 나눌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축구는 언제나 정치와 연결되어 있었다. 사실 세계 그 어떤 나라에서

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직업 차제가 정치인인 정몽준 회장은 너무 많은 정치적

요소를 축구로 끌어들였다.

정 회장이 떠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떠나는 것도 중요하다.

역사와 업적은 정치인들에게 매우 소중하다. 따라서 정 회장은 올바른 일을

행함으로써 한국 축구를 위한 올바른 유산을 남기고 임기를 마쳐야 한다.

‘올바른 일’ 중에는 후임자를 위한 민주적이고 공정한 투표의 도입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어쩌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출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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