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장에 물 채울 일 없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체제로 돛을 올린 '허정무호'가 '축구장에 물 채워라'라는 비판을 받았던 올림픽 태극전사 '아우'들의 쓰라린 좌절을 만회하며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책임감으로 뭉쳐 마침내 실전으로 새 출발에 나선다.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요르단대표팀과 최종예선 출정 평가전을 앞두고 자신감 넘치는 출사표를 던졌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에 실망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겠다는 결의다.
허 감독은 4일 파주NFC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서 "가용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 내겠다"며 "요르단전을 계기로 상승세를 타며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좋은 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열의도 넘쳐났다. 요르단전을 하루 앞두고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기 위해 가진
자체청백전 에서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경기를 중단시키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잡아줬다.
어설픈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그의 불호령이 그라운드에 쩌렁쩌렁 울렸다. 미리 짜여진 세트피스도 성공될 때까지 반복 훈련을 지시했다.
이날 청백전에선 주전과 비주전이 확실히 구분됐지만 허 감독은 요르단전에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기용할 뜻을 밝혔다. 요르단전에선 교체 선수 제한도 없다.
이날 꽁꽁 숨겨뒀던 키 플레이어 활용법도 공개했다. 활용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김치우(서울)를 이날 왼쪽 윙포워드로 기용했고, 관심을 모았던 이천수(수원)는
후반 김치우와 자리를 바꿨다.
허 감독은 "이천수가 감기로 컨디션도 좋지 않고 훈련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풀타임 활용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천수도 "감독님이 원하는 자리에서, 원하는 플레이를 하겠다"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요르단전은 최종예선을 위한 '모의고사'일뿐, 허 감독의 초점은 당연히 오는 10일 상하이에서 최종예선 1차전으로 대결하는 북한전에 맞춰져 있었다. 한국은 북한과 3차예선 2경기 모두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해 0-0으로 비겼다.
북한을 꺾고 승점 3을 얻기 위해선 두터운 수비벽을 무너뜨릴 골이 절실하다.
허 감독은 "북한은 저돌적이고 거칠게 몸싸움을 하는데 선수들이 이에 휘둘리며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며 "좀 더 세밀한 플레이와 빠른 패스로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