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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수준있는거

[스크랩] 북-미 화해의 서곡 울려퍼지다

by 안광승 2008. 2. 27.

북-미 화해의 서곡 울려퍼지다

한겨레|기사입력 2008-02-26 19:44 |최종수정2008-02-26 23:44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일어선 관중들은 무엇인가를 회고하는 듯했다. 그리고 다소 이완된 표정이었다.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을 …”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4분의 4박자인 북한 <애국가>의 선율이 뉴욕 필하모닉 연주로 장중하게 울려퍼졌다. 관중들의 표정에는 마치 60년의 세월이 서려 있는 것 같았다. 이어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연주됐다. 관중들의 표정은 약간 굳어졌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긴장감이 표정에서 역력했다.

26일 오후 6시 세계에 생중계된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은 양국의 국가를 연주하며 시작됐다. 미국을 상징하는 교향악단이 북한 국가를 연주한 것이나, 평양에서 미국 교향악단이 미국 국가를 연주한 것이나 모두 지난 60년 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한 두 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랜 대립 관계인 북한과 미국이 양국 국가 연주를 통해 상대를 인정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관중들은 일어서서 두 국가 연주에 경의를 표했다.

뉴욕필 지휘자 로린 마젤은 연주할 작품을 소개할 때 우리말로 “즐겁게 감상하세요”라고 말하는 등 평양 청중들을 세심히 배려했다. 그는 특히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하기 앞서 “언젠가는 <평양의 미국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뜻깊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연주회가 시작할 때 다소 딱딱한 표정이던 청중들은 뉴욕필이 앙코르로 <아리랑> 연주를 마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며 단원들이 퇴장할 때까지 5분 넘게 박수를 보냈다.

이날 공연에서 남북 분단 이후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 것이 화제였지만,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가 북한 국가를 앙코르곡 아닌 정규 프로그램에 넣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를 <로이터> 통신은 “뉴욕필의 평양공연은 북한의 외교 쿠데타”라고 보도하는 등 외신들은 이날 공연을 북-미 화해의 역사적 계기로 평가했다.

로린 마젤은 26일 공연을 앞두고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평양 공연의 의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음악을 위해서 여기에 왔다”며 평양 공연의 지나친 정치적 해석에 거리를 뒀지만, “역사에 평행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린 메타 뉴욕 필하모닉 사장도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평양 공연이 북-미 관계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으며, 북한도 국교 정상화를 위해서는 문화교류가 첫단계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송석환 북한 문화성 부상은 25일 밤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환영연회에서 “겨울이 끝나고 봄을 앞둔 시기에 뉴욕 교향악단을 새해 첫손님으로 맞이한 것은 기쁨”이라며 “우리 인민과 미국 사이의 문화교류가 큰 걸음을 내딛게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이날 저녁 뉴욕필 평양 공연을 소개하면서 “두 나라 예술교류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모았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공연장에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뉴욕필은 27일에도 오전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실내악을 협연한 뒤 이날 오후에 아시아나항공 특별기 편으로 서울에 온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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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북-미 화해의 서곡 울려퍼지다
글쓴이 : 소금자루의 창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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