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을
이보라
우련하게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 버거워
산딸나무 잎새 무겁다
패랭이 꽃과 조팝나무의 고요한 흔적도
사라진 산자락에
그리움이란 동물이
안개처럼 숨어 들어 왔다간 바람처럼 떠나버린다
만남과 헤어짐으로
아픔은 아픔을 낳고
기쁨은 기쁨을 낳았는데
얼마만큼 더 걸어야
길이 보일까
나의 가을은
언제나 신열로 시작된다
이보라시집[거울의 배반]에서
출처 : 나의 가을
글쓴이 : 초하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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